요즘 힙합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아주 잠깐이겠지만 락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 2년 전부터 힙합 뮤지션들이 락기반의 사운드를 사용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듣다 보면 이거 이모코어, 하드코어(하드락의 장르) 아닌가? 싶은 힙합음악들이 있었지. 그러다가 요즘 락의 인기를 느끼고 있어.
락의 인기라기보다 잔나비와 혁오밴드가 한때 잠깐 미디어를 장악했듯이, 한 밴드가 마이너 한 미디어에 조금씩 언급되고 있는 게 심상치 않아 보여. 그리고 나와 교류하는 예민한 아티스트들이 릴스같은 본인 게시물에 이 밴드의 음악을 많이 링크해. "실리카겔" 2015년에 데뷔한 이 밴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실리카겔
음악을 찾으러 클럽을 가끔 갔었어. 새로운 뮤지션들의 수준 높은 신선한 공연을 고작 만원이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방으로 터전을 옮긴 후 멀기도 하고, 일에 치이고, 갈 사람도 없어서 안 다니고 새로운 음악을 찾는 취미도 많이 사라졌지. 2017년 정도였는데 이 밴드의 음악은 그때 들어봤어.
사실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 그 당시 기억으론 멈블(웅얼웅얼거리는) 스타일의 보컬과 몽환적인 연주는 큰 감흥이 없었어. 물론 술 몇 잔 하고 아득해진 정신에 컴컴한 공간에서 보고 들으면 기분 최고지만 현실로 돌아와 이어폰으로 출근길에 들으면 내 스타일 아니었지.
최근 들은 실리카겔의 음악은 좀 바뀐 것 같아. 도입부의 강력함과 멈블스러웠던 보컬의 가사의 들림이 명확해졌어. 밴드 "송골매"를 좋아했는데 도입부에 강력함과 새로움이 있었지. 실리카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송골매의 기억과 교차돼. 요즘 실리카겔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고 있는데 2021년 싱글앨범들에서 변화가 느껴지고 최근 나온 음악들에서 강력한 사운드와 그들의 연주 실력이 앨범에서까지 느껴져 놀랐어.
'연주를 잘 한다'라는게 앨범에서 느껴지는(실제 공연이 아닌 음악 음원에서 느껴지는) 한국 밴드가 있었나? 일본 밴드 앨범에서는 느껴봤지만 내 짧은 견문으론 보컬에 치중된 음악만 하던 한국 락에선 크게 느낄수 없었어. 그런데 2023년에 나온 실라카겔의 "POWER ANDRE 99" 앨범에서 연주가 찰지더라고. 음악의 도입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몇 곡의 첫 마디 연주가 탄산음료처럼 강력한 목넘김을 느끼게 해줘서 좋았어.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들어보고 아는척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가 보는 비주류 음악 유튜브에 실리카겔 이야기가 도배되고 있어. 22년 "NO PAIN"싱글 앨범 이후 인기가 급격하게 수직 상승했는데, 보컬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확실해지고 기존에 고집하던 난해한 사운드가 쉬워졌어. 그들이 7년 정도 진행했던 음악적 실험은 앨범에서 느껴질 만큼 엄청난 기량으로 성장했고 여러 실험과 꾸준한 활동을 통해 갑자기 올라탄 유명세를 여유 있게 서핑하고 있다고 느껴져.
이 관심과 유행은 잠깐이겠지만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겨봐.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나 던져볼게. 툴툴 던지는 보컬이 재밌고 복잡하지 않은 사운드가 심심한 듯 꽉 차있어. 좋아 보이게 필터 가득한 사운드는 의심해야 해. 실력을 감추려고 그럴지도 몰라. 싼 고기에 양념을 강하게 하듯. 그럼 이만.
🎲인내의 시간
많은 브랜드와 마케터, 가수, 예술가의 인터뷰를 내 제품 포장하면서 많이 봐.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이나 브랜드가 대중에게 닿을 때까지 기간이 비슷하더라고 5~8년 정도로 느끼고 있어. 밴드 실리카겔도 비슷한 것 같아. 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도 그 기간을 버티면 저렇게 될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더 빨리는 안 될까? 많은 고민하고 움직임을 만들고 있어. 더더더 열심히 해서 빠르게 다가갈게.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