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작업이야기만 했어. 너무 우중충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들을 몇 주 썼더니 쫌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좋아해서 꼭꼭 숨겨둔 아이템을 풀어보려고.
지금은 감정이 무뎌져 이쁘고 귀여운 걸 모으는 취미는 없지만 어린 학생이었을 땐 엄청 좋아했어. 덩치는 산만한 남자아이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뭔가를 좋아했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남들이 다 좋아하는 건 싫어하고 나만 몰래 좋아하는 캐릭터가 몇 개 있었어.
오타쿠 성지, 남부터미널 국제전자센터 9층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캐릭터들의 최신 정보를 리서치하면서 지금 내가 만드는 캐릭터와 방향이 정말 비슷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느껴져.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싶네. 어린시절 진짜 좋아했던 고양이 캐릭터 "쿠타"와 두부 캐릭터 "토푸 오야코"를 소개해줄게.
🎲Kutar
Kutar는 일본 기가렌샤라는 회사의 캐릭터야. 1999년 12월부터 제작하고 있는 대표 캐릭터 Kutar는 어디서 비슷한걸 본적 있는 단순한 그래픽에 고양이지만 미니게임이라는 확실한 장르를 가지고 있어서 미니게임+고양이라는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지.
2000년 초반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미니게임을 공짜로 배포했고 웹사이트를 들어가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었지. 사람들은 공짜 게임을 즐기고 Kutar의 팬이 되었어. 그리고 다른 게임이 출시되길 기다리며 홈페이지를 들락거렸지. 25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닌텐도와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게 되었어. 한국에서는 "쿠타와 함께"라는 이름으로 2014년 카카오로 출시했는데 지금은 서비스 종료했어.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게임. 아직도 사운드가 귓가를 맴돈다.
미니게임+캐릭터라는 전략으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만든 Kutar. 가볍고 유머가 섞인 게임과 캐릭터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확실한 아이덴티티로 활동 중인 장수 캐릭터야.
토푸 오야코. 내가 정말 좋아한 캐릭터야. 고등학생 때 용산 건담베이스, 국제 전자센터에 가면 가끔 이 캐릭터 가챠폰 뽑기가 있었는데 이건 못 참지. 지금 봐도 센터 털릴 거야.
기타이 신이치로 작가의 토푸 오야코는 두부 캐릭터야. 정육면체 머리에 배불뚝이 몸통이 인상적이지. 이 캐릭터 때문에 밈(리처드 도킨스의 MEME)이라는 걸 처음 이해했는지도 몰라. 같은 조형 베이스에 디자인 스킨만 달라지는 가장 명확한 캐릭터. 어린 나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원시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시켜 주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 나의 취향은 지금 내 작업에 고스란히 옮겨졌어. 나도 몰랐지만 뉴스레터를 적다 보면 중, 고등학교 때 감성이 지금의 에너지로 정말 많이 사용된다는 걸 느껴. 그때 만들어뒀던 마이너 한 감성을 더 열심히 끌어올려봐야지.
🎲새로운 장소의 입점
지난주 서울대입구역 키얀드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2월 13일부터 용인 모리상점에서 판매를 시작해. 모리상점에서 미팅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꼬마손님이 내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 선물을 몇 개 주고 갔는데 내가 돌아간 이후로도 가게에서 내 캐릭터를 찬양하고 있었데. 그 아이의 반응이 고마웠고 힘이 됐어. 첫 방문이 기분 좋은 매장이었고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그리고 홍대에 조금 큰 매장과 이야기 중이야. 최근 맘고생이 많았던 나는 입점 허락 메일을 받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두 주먹을 쥐었어. 아직 미팅을 하지 않았고 확실해질 때까진 말을 아낄게. 이제 조금씩 윤곽이 잡히고 있어. 부평에 관심 있던 매장은 물건을 도매로 받고 싶다고 연락도 왔어. 나의 취향이, 나의 작업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