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약간 숨기는 디자인을 좋아해. 의미를 숨겼을 때 더 매력 있는 그런 거 있잖아. 결말을 이해하기 힘든 영화나, 가사전달이 되지 않는 멈블랩 스타일처럼 한 꺼풀 가려졌을 때 느껴지는 섹시함. 난 이런 부분을 내 작업으로 가끔 사용해.
위에 보이는 이상한 도형이 익숙하지? 내 작업에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싸인이야. 이건 작가명 pillo를 내 그래피티 스타일 로고로 만든 마크야. 일부러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한 디자인이라 알고 나면 이상한 매력이 느껴지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pillo28r과 MEOMEO. 왜 귀찮게 구분 지어뒀을까? 너무 불편할 텐데 말이야. 사실 지금도 이 부분이 힘들어.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시선이 집중되지 않아 마케팅이 힘들어. 하지만 이 불편함에 나중을 생각한 나의 큰 그림이 있어.
🎲대머리 지겨워
나이키 아래에 에어조던, 삼성 아래에 갤럭시, pillo28r 아래에 MEOMEO.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의 개념이야. 기업은 아니지만 브랜딩을 전공한 나는 자연스럽게 구분 짓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따로 설명은 하지 않았어. 이걸 말해줘야 알게 되는 상황보다 그냥 어렴풋이 느끼면 그걸로 좋아. 뉴스레터를 읽고 있는 소수의 구독자들만 확실히 이해하고 있겠지.
디즈니 아래 많은 브랜드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CI는 하나여야 하는 게 맞고 BI는 하나면 이상하지 않아? 나이키는 에어조던도 있고 SB, 나이키 골프도 만들지. 삼성은 갤럭시도 만들지만 하우젠과 지펠도 있어. pillo28r은 대머리 말고 또 뭐가 없잖아. 그래서 이제 만들어야지. 요즘 대머리 쫌 지겹거든!!
🎲새로운 브랜드
내 대머리 캐릭터는 호와 불호가 확실하지. 물론 매력적이지만 난 돈을 벌고 싶기에 좀 더 대중적인 새로운 스타일의 캐릭터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어. 내 바램은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되지만 예술성은 느껴지게. 카더가든인지 메이트리인지 멜랑꼴리인지 뭔지 하는 가수처럼 대중성과 예술성의 중간을 찾고 싶은데 쉽지 않지.
얼굴을 클로즈업한 카툰스타일의 옥승철 작가.
옥승철 작가나 김정윤 작가의 작품을 많이 보고 있어. 얼굴을 클로즈업한 카툰캐릭터 연출, 스포츠 브랜드 옷이 강조되는 카툰캐릭터 스타일의 시초들이야.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작가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지. 대세를 따라가기 싫어하는 나지만 이미 내 고집대로 하는 브랜드는 있어서 도전해 보려고. 하지만 내 작업만의 특별한 개성은 만들어야 할 거야.
스포츠 브랜드를 일러스트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김정윤 작가.
많은 고민을 하고, 끝없는 리서치 속에 지난주부터 스케치를 시작했어.컨셉도 잡았고 스케치를 퀄리티 좋게 빌드업하는 단계야. 한 1년 이상 짬짬히 만져보려고. 이야기가 너무길어졌으니다음주에계속할게.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