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컬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내가 만든 디자인이 상품화되고 있는 시점이라 인쇄로 표현이 가능한 컬러인지, 많은 판매로 이어질 컬러인지, 다른 브랜드 제품에 묻혀버리지 않을지. 많은 생각과 고민이 교차하고 있어.
사업을 시작하고 매일매일 하는 수많은 고민과 결정에 내가 몇 개월 더 버틸지 망할지, 절벽을 등지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압박이야. 그런데 무슨 컬러가 이렇게 많은지 선택을 못해 몇 시간 동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어. 오늘은 나를 너무 힘들고 괴롭게 하는 컬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색을 쓰지 마
난 작업할 때 색을 쓰지 않아. 무채색으로 작업을 많이 해서 예전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부분 흑백이야. 어렸을 땐 흑백으로 디자인했을 때 느낌이 좋다는 단순한 이유로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 그리고 우연이었지만 과거에 무채색에 집착한 나에게 잘했다고 말하고 싶어.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디자인을 가르친다면 색을 사용하지 말라고 손 발을 묶어버릴 거야.
2011년 정도에 만들었던 작업들 1.
색은 많은 감정과 기억, 온도, 냄새 심지어 맛까지 느껴지지. 위협적인 컬러를 통해 경고하거나, 긍정이 느껴지는 컬러로 방향을 유도하기도 해. 생각보다 많은 사인이 색을 통해 전달돼. 그래서 색을 잘 쓰면 멋있고 이쁘기도 하지만 행동을 유도하는 기호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이지. 이런 복잡한 시그널이 작업에 영향을 줄까 봐 나는 초반 작업에 색을 사용하지 않아.
2011년 정도에 만들었던 작업들 2.
잘 봐야 해. 조형미,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성급하게 만들어진 작업에 컬러를 입혀 좋아 보이는 척할 때가 있어. 유명한 중국 숏츠영상에 메이크업을 지우면 쌩판 다른 사람이 되듯, 성격 급한 실력 없는 디자이너가 완성되지 않은 조형미를 감춰서 작업을 심폐소생하기 위해 필터를 사용하고 화려한 색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사실 예술이란 게 보는 사람만 마음에 들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지만 이 부분을 오래 공부하고 고민이 많았던 나는 깊이 없고 너무 가벼운 일회성의 브랜드들이 눈에 가시가 박히듯 따갑게 보여.
2011년 정도에 만들었던 작업들 3.
🌈색의 절제
난 핀터레스트나 비핸스에서 리서치를 많이 해. 내가 원하는 작업 방향과 비슷한 포스터, 사진, 그림, 인테리어 등 한눈에 볼 수 있게 보드를 만들지. 내가 좋다고 모은 작업들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사용하는 컬러가 적다는 거였어. 메인이 되는 색과 대비되는 색 하나, 거기에 작은 서브 색 하나 정도. 세련되 보이는 작업들은 많아봐야 4개 정도 색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고, 색을 절제할수록 메시지의 전달이 강해진다 느꼈어.
지난번 음악이야기를 할 때 근간이 좋은 사람이 음악을 만들면 단순해도 좋고, 거기에 다른 악기나 필터가 더해지면 훨씬 풍성해진다고 이야기했어. 디자인도 똑같아 앞서 말한 기본기 탄탄한 구성에 절제된 색이 들어간다면 더 큰 감정이 상대에게 전달될 거라 믿고 있어. 거기에 필터, 움직이는 효과가 더해지고 제품으로 나온다면 그 순간이 판매의 시점이 아닐까?
🌈유어네이키드치즈 해운대
요즘 입점 브랜드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데 색감 이야기 하니 생각나는 장소가 있어서 추천해 주려고. 지난주에 부산을 다녀왔는데 이상한 가게가 있더라고. 유어네이키드치즈 해운대점이었는데 찾아보니 서울 성수에도 있었어. 치즈와 와인 샴페인, 브런치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이고 특히 해운대점 인테리어에 눈이 즐거워서 한참 보다 왔어. 얼마 전 관람 한 대림미술관 미스치프 전시보다 여기가 훨씬 감동적이었어.
유선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살짝 휘어진 매장, 색감 화려한 인테리어, 벽에 꽉꽉 진열된 상품들의 디자인까지 아주 인상 깊은 장소였어. 난 요즘 정말 많은 매장을 보고 다니는데 이렇게 희귀한 곳은 많이 없으니 여유가 되면 꼭 이 공간을 즐겨 봤으면 좋겠어.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