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서울을 많이 오가고 있어. 내 현재 거주지는 오산이고 서울 운전은 스트레스가 심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움직이는 이유는 내 제품이 어울리는 공간, 사람을 찾고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서. 오산에서 서울까진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오며가며 회사 생활하면서 듣지 못했던 음악을 집중해서 듣게 되네. 오랜만에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고 신곡들을 듣고있어.
🌊하나도 모르겠더라
집>주차장>차>일>차>주차장>집
회사 생활 할 때 나의 하루 스케줄이야. 난 좋은 앨범은 책 한권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집중해서 음악 들을 시간은 없었지. 새로나온 신곡과 아티스트를 찾는 취미는 사라지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틀어놓은 멜론차트를 반복해서 들었어. 좋은 음악처럼 보이려고 꽉꽉 채운 사운드에 귀가 너무 아팠어. 생각 할 필요없는 1차원 적인 가사와 더 자극적이고 강하게 보이기 위해 때려박은 화려한 사운드 효과. 이런게 질려서 요즘은 정적이고 담백한 음악이 좋더라고.
여기서 간지를 찾지 못하는 나는 이렇게 꼰대가 되어간다. 쥬륵.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것을 잘 찍어야해.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기본 실력이 좋아야하지.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근간이 좋은 사람이 음악을 만들면 이것저것 잡다하게 섞지 않아도 듣기 좋아. 반대로 좋은 음악에 화려한 사운드 효과가 들어가면 더 풍성하고 멋있어지지. 하지만 요즘 자칭 뮤지션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은 기본이 없는 실력을 감추기 위해 이런저런 필터를 섞어서 좋아 보이게 만들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세대를 현혹하지. 이런 걸 나는 인스턴트 뮤직이라고 말해.
그래픽 툴이나 음악 편집 프로그램의 사용이 점점 쉬워지고, AI까지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이 시대에 쏟아지는 미디어들. 하지만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든 갑자기 툭, 본인의 기준이 명확한 내가 좋아하는 방향의 아티스트들이 탄생하지.
🌊재달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아티스트는 재달이야. 2017년 첫 EP앨범을 내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속한 크루 "리짓군즈"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지금 잠깐 음악 활동은 멈췄고 유튜브에 간간이 보여. 초반 앨범은 힙합이었다가 갈수록 락에 가까워지는데 현재 2021년 싱글앨범이 마지막이야. 화려하게 성공하지 못한 나의 뮤즈에겐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 고난에 더 고약한 음악을 만들어 나를 즐겁게 해 줄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어.
재달의 음악이 조금씩 장르가 변하는 게 흥미롭고 랩도 잘하지만 글을 너무 잘 써서 들을 때마다 확 집중이 돼버려. 특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랩 하는 게 공감돼서 많이 들었어. 그의 많은 고민이 가사로 쓰였고 다른 래퍼들이 마냥 하는 이야기를 뱉지 않아서, 내 삶에 더 가까워서, 먹먹하게 집중해서 듣게 돼. 그리고 너무 많은 사운드 효과가 들어가지 않고 묵직하고 확실하게 전달되는 이야기도 좋아.
대머리라서 좋아하는건 아니야.
퇴사 전 재달의 허우적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냉정하게 나의 재능에 대해 생각했어. 열심히 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영역. 내가 만들고 있는 게 지속 가능한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회사생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이 노래를 들으며 상기시키고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허공에 손을 뻗고 있어.
'이쯤에서 난 허둥대지 않아야 해
아니면 계속 깊숙이 빠져버릴 테니
이쯤에서 난 내 분수를 알아야 해
아니면 계속 허공에 손을 뻗을 테니까'
- 허우적, 재달 -
🌊대머리 근황
2023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확정! 2023 K-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2월 서울 코엑스와 7월 벡스코가 확정됐어. 다른 부스와 차별화된 분위기와 제품을 기획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라고 말하지만 별로 그냥 그렇게 지나가겠지.
탁상용 시계를 기획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집보다 회사 책상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어. 삭막한 일터에 책상 위로 침투하는 대머리시계를 기획 중이야. 거기다 기존 시계에서 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작을 알아보고 있지.
유튜브? 퇴사 전부터 유튜브를 시도했어.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혼자 보고 올리지 않았지. 요즘 다시 유튜브 기획을 진행하고 있어. 카메라도 다시 구매하고 친동생이 조금 도와준다고 해서 다시 한번 해보려고. 재밌는 모습으로 다음에 또 보자.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