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왜 대머리인지 말해주려다가 도망쳤지. 그 이후 몇 주 지났는데 페어 현장에서, 또 여러 사람을 만나서 작업을 설명하는 일들이 있었어. 이제는 밝혀야 할 때가 온 거 같아.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봐서 정말 입 아프게 설명했거든. 뉴스레터에 왜 대머리 캐릭터라고 설명해도 안 읽어본 사람은 또 물어보겠지만 글로 정리해 두는 게 좋을 듯해. 이제 왜 대머리 캐릭터인지, 왜 MEOMEO 인지 이야기해 줄게.
🌝얼굴표정도 기호일까?
지난주에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활자이야기를 조금 했어.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인데 난 기호도 좋아해. 기호란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한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리되어 있지. 유명한 기호는 화살표, 하트 또는 별 이런 게 있지. 현대 사람들에겐 문자는 읽으라고 학습돼 있어서 보기 싫어도 시선이 억지로 향해. 적의가 없다는 표현에서 무기 없는 맨손임을 보여주는 행동인 손인사도 학습된 기호중 하나야. 표정도 마찬가지로 미세한 얼굴의 일그러짐으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학습된 기호라고 생각해. 그리고 난 이 부분을 내 작업에 담고 있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모티콘은 원래 스마일리라는 로고에서 시작됐어. 4500년 전 유적에서 비슷한 기호가 발견됐다고 하는데 사실 납득 안되고, 상표 등록을 처음 한 사람은 프랑스 기자 프랭크 루프라니였고 그의 아들 니콜라스 루프라니가 이모티콘의 시초를 만들었지. 이 로고는 매년 5억 달러 수익을 만들고 있는 엄청난 브랜드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
내 브랜드 MEOMEO는 스마일과 비슷하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을 이용해 기호에 가깝게 만들었어.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하다 보니 머리카락도 사라져 버렸지. 슬프지만 대의를 위한 희생이야. 최대한 간결한 그래픽으로 내 그림체를 녹여내고 한 번 보면 강하게 인식되길 바랐어. 언제 한번 네이버 카페에 만들고 있던 캐릭터를 올려본 적 있었는데 몇 달 후 페어에 손님 중 한 분이 이거 카페 게시글에서 봤다고 이야기해 주셨어. 한번 스치듯 본 캐릭터를 정확히 기억하고 말이야. 그때 내 의도가 먹혔다는 걸 확인했지.
🌝대머리의 힘
유튜버 빠니보틀이 대머리나 수염을 가진 사람은 그냥 보는 재미가 있다고 언급한 게 기억나.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강력한 인상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대머리는 그 자체로 놀림거리 또는 유쾌한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가져가야 할 컨셉이라고 생각했어. 호와 불호는 확실히 나뉘고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에겐 기분 나쁠 순 있겠지만 이것도 대의를 위한 희생이야. 모두를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
대한민국 원탑 석천이형. (출처 : 형 인스타그램. 디엠씹지마여.)
그리고 온라인에서 대머리를 유쾌하게 말하는 '머머리'에서 시작, MEO-MEO-RI, 그리고 MEOEMO로 네이밍 하게 되었지. 처음은 MOUMOU였지만 이미 같은 이름의 국내 상표가 많이 있어서 깔끔하게 포기했어.
어때 궁금증이 좀 해결됐어? 다 알려주고, 설명하고, 보여주는 건 섹시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었어. 하지만 진짜 궁금하거나 내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가치를 알면 좋을 거라 생각에, 단순히 글로 정리를 한번 해 두면 좋을 거 같아서 써봤어.
🌝다음주는 시계이야기.
요즘은 시계를 팔기 위해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어. 발로 뛰기도 하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는 단계야. 오프라인으로 마주했을 때 반응이 좋아서 제품이 어울릴 만한 멋진 편집샵을 알아보고 다녀. 이번엔 50개만 만들었고 69000원에 판매하고 있어. 첫 생산이라 사고도 많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디테일한 수정을 할 거고 가격은 올라갈 거야. 지금 사두는 게 좋을지도? 다음 주는 시계에 디테일한 설정이야기를 해볼게 기대해 줘.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