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재에 대한 변명을 좀 하자면... 사실 원고는 다 쓴 상태였어. 하지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바로 전 뉴스레터와 같다는 판단에 바로 휴재 결정을 내렸지. 지난 몇 주의 뉴스레터는 내가 뭘 할 거라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허언 가득하게 했고, 이번엔 노력해야 한다. 집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주제의 반복이기에 보는 사람들이 지칠 거라 생각했어.
'왜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내 브랜드가 걷고 있는 과정이 정체되 있어서 지금 순간을 이기는 방법을 나에게 세뇌하는 거라 판단했어. 지금 내 브랜드의 성장은 작은 정체기에 들어섰고 그게 불안한가 봐.
내 뉴스레터는 다양한 주제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더 깊이 있어지기 위해 브랜드가 지나간 과정도 다시 이야기하고 영감을 받았던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쓸 거야. 그리고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이야기가 손 끝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기도 해서 조금 쉽게 그리고 얕게 써볼게.
🎲민희진
요즘 내 유튜브를 도배하고 있는 뉴스는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싸움이야. 그들의 싸움이 사실 내 알빠는 아니고 이 뉴스레터에서도 누구의 편을 들진 않을 거야.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었겠지. 그저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
지난주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엄청난 이슈였어. god 쭌이형의 눈물보다 더 강력한 영상이었지. 난 그들의 싸움에 관심 없었는데 뉴스에 도배된 얼굴이 과거 유퀴즈에서 봤던 사람이었기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 유퀴즈에 출연했던 그녀를 기억하는 건 본인 입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야. 실패하고 도망친 디자인업을 저주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그저 내 무능을 자각시켜 줬지. 그래서 강하게 기억하고 있었어. 그녀는 과거 소녀시대, 에프엑스, 엑소, 뉴진스까지 성공시켰어. 그래픽 디자인에서 시작해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성공시켜 아이돌 프로젝트의 총괄까지 전두 지휘한 사람이야.
그녀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평범한 디자이너처럼 모니터만 바라보려고 했던 게 아닌 시장 전체를 바라보려는 넓은 시각이 느껴져. 내 경우는 점점 큰 회사를 이직하면서 서른이 넘어 강제로 시각이 넓어졌어. 내가 맡은 일의 앞, 뒷 공정 일정까지 생각하고 내 업무에서 끝이 아닌 그 다음 현장까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돌리며 어떻게 일을 할지, 어떤 경우의 수가 생길지, 수년이 지나서야 전체를 보는 시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 하지만 그녀는 고작 20대에 이런 시각을 가졌던 것 같아. 일에 대한 질문, 넓은 시각, 목표를 향한 끈기로 똘똘 뭉친 민희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입사해 14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고 2년 후 하이브에 CBO가 되었지.
난 아이돌 음악을 듣지 않지만 뉴진스는 가끔 듣고 있어. 자극적인 기존 아이돌 음악과 달리 듣기 편하거든. 세련되기도 하고. 아이돌 컨셉도 어떻게든 튀려고 강해 보이는 컬러, 화려함으로 무장한 느낌이 아닌 살짝 맥 빠지고 흐믈흐믈한 느낌이 편해서 좋아 보여. 민희진 대표는 2년 동안 조용히 뉴진스를 준비했고 엄청난 성공을 시켜서 자신의 능력과 앞선 시선을 또 한 번 입증해 냈어.
앞서 올린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그룹이 더 주목받길 원하는 모습과 뉴진스를 준비하는 2년 동안 품고 있던 자신감을 보며 멋진 리더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 보여지는 결과물과 과거의 이력을 보며 일을 대하는 태도를 그저 추측했는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보인 집착과 전투력은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과거에 걸어온 이력과 비교해보면 충분히 진실성 있어보여.
덩치 큰 개에게 물렸다고 쫄지 않고 같이 물어버린 깡다구를 보니 이렇게 사라져 버릴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힘든 시기 잘 버티길 바라며 맘속으로 작게 응원하려고.
🎲일을 보는 시각
회사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일 시켜봤어. 일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며 해결하려는 사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전체를 보고 일의 중요도 순서를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아. 대부분 눈 앞에 시킨 일만 하려고 하고, 다른 일이 들어오면 방어적으로 대하지. 그런 사람들은 매번 하는 변명이 있어. '내 일로 느껴지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땐 열심히 해.'
연습이 되지 않은 사람이 내 일이면 잘할 수 있을까? 전체를 못 보는데 스케줄은 맞출 수 있을까? 없던 끈기가 갑자기 튀어나올까?
많은 변명을 한 나의 과거에 또 한 번 부끄러워지네. 하하.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