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난 이상한 그래픽을 찍어내고 있어.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대머리 그래픽이지. 최근 포트폴리오와 팬의 수가 늘어 그래픽에 적응 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처음보단 입문이 쉬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조금 더 보기 어려운 대머리 그래픽을 제작할 기획을 하고 있지.
그래픽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스타일을 어디에 담을지 어떻게 표현할지도 생각해 볼 문제야. 나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그래픽을 어디에 담아야 잘 어울릴지 효과가 클지 고민해.
과거 작가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을 알렸어. 스타일을 만들고, 자신을 가장 어울리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에 적용시키고, 갤러리와 함께 마케팅을 시작하는 방법.
이런 순서와 방법이 요즘엔 바뀌는 듯해. 예를 들면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을 SNS나 영상 공유하며 팬을 늘리고, 팬들에게 상품을 만들어 판매, 개인전, 단체전, 페어, 팝업을 참여하며 개인적 굿즈 판매 같은 새로운 방법.
예전과 달리 SNS와 개인 미디어의 영향으로 시작과 동시에 후원을 받으며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겨서 조금 더 진입장벽이 내려갔지만 예전보다 치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해. 나도 예로 제시한 후자의 경우로 노선을 진행하고 있고 지나친 예술보다 사업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바뀐 시대를 잘 이용하는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고 사람들의 세분화된 취향에, 관심이 없다면 눈치채기도 힘든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어.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성장과정을 보고 주시하긴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 오늘은 "기안 84"이야기를 하며 내 브랜드 이야기를 해볼게.
🎲우기명
2011년 매주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면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짙은 어둠이 깔려. 또 연재를 지각한 기안 84를 향한 수많은 저주가 분당을 향했지. 목요일 아침 5분마다 새로고침을 누르며 모니터를 보고 욕설을 쏟아내던 기억이 아직 선명해.
고등학생 우기명의 패션에 대한 코미디 웹툰 패션왕은 그 당시 대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거의 모두 보는 웹툰이었고 패션에 대한 자부심 강한 대한민국인은 모두 공감대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이었지. 약간 이토준지 생각나는 괴기스러운 그림과 코믹물에서 갑자기 진지하게 감동적인 연출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 여러 의미로 전설의 웹툰이라고 생각해. 결말을 정해두지 않아 내용은 우주로 향하고, 한 주 한 주 작가의 컨디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지. 어설픈 스토리에 날려먹는 그림이지만 모두 공감했고 그 시대에 가장 뇌리에 박힌 미디어 중 하나였어.
MBC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에 나온 기안은 예측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행동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어. 시청자들은 순수한 그의 모습에 경악했지. 사실 그가 특이하다는 건 예능 전부터 스멀스멀 올라왔어. 이말년과 동거했던 에피소드와 분당에 네이버 건물 그린팩토리에 잡혀 살며 흘러나온 소문 등 설마 했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었고 탁구공 같은 매력으로 연예 대상까지 받게 됐어. 한때 욕하고 나쁘게 몰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팬들이 지켜주고 더 많은 사랑을 받았어.
난 예술을 볼 때 사람도 같이 봐. 패션, 철학, 행동 등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도 작품만 보는 게 아닌, 작가와 연결된 모든 부분이 예술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기안이 좋아. 그가 하는 행동, 생각이 흥미롭고 관찰하고 싶어. 그리고 이건 나만 느끼는 게 아니야. 대중들의 시선이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져. 그저 예능으로만 본다면 웃고 말겠지만 내가 예술을 보는 시선으로 그를 보면 아름답게 느껴져. 사람 자체가 예술이구나.
기안은 자신과 웹툰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예술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굿즈를 판매하고 방송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본으로 다시 예술활동을 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졌지. 그의 그림이나 굿즈는 작가의 활동을 통해 가치가 작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두터운 팬층이 생겨 점점 확장되고 있어. 동시대에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와 살고 있다는게 고마워. 그의 성장을 지켜봤고 위치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모습을 닮고 싶어. 그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고 오래도록 큰 이슈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담을 수 있는 그릇
지난주에 유화를 그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결국은 예술 활동의 유지를 위한 방법이라 생각해. 그리고 만들어진 그래픽은 제품도 좋지만 작가로서 예술품으로서 느껴지는 매체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내가 작가로서 성공한다면 내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오래사용 될 거란 생각을 가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을 걷는 거야. 매체가 유화가 됬든, 판화가 됬든, 그게 뭐든 여유가 생겨서 결과를 보여주고 싶네.
난 기안 84처럼 착한 품행을 가지지 못해서 브랜드를 앞세워 활동하려고 해. 내가 실수한 말이나 행동으로 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하고 있어. 그래서 요즘 어떤 자리에서도 착한 척하고, 최선을 다하고, 말을 아끼고 있지. MEOMEO는 내 전부고 지금은 목숨보다 소중해서 애지중지 가꾸고 있어.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성장하고 싶다.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