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 제작비 방어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조금만 가볍게 하려 했는데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네. 오랜만에 근육을 쥐어짜며 하는 몸 쓰는 업무지만 스트레스도 풀리고 즐거워. 혼자 고독하게 일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
다른 아르바이트 온 친구들은 20살 중반 학생들인데 내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를 관심 있어하고 이것저것 물어봐. 난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스투시", "휴먼메이드"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스티커와 폰케이스 같은 작은 걸 만들던 내가 갑자기 의류 브랜드를 언급하는 게 이상하겠지만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고 작은 시도도 있었어. 난 스트릿, 밀리터리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아메카지 스타일 편집샵도 자주 이용했는데 이런 의류에 내 그래픽이 적용되는 상상을 많이 하고 있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따라 하고 싶은 의류 브랜드를 이야기해보려고.
🎲휴먼메이드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야. 20,30대 여성들이 남자친구 혹은 관심 있는 이성이 입으면 좋겠다는 브랜드.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브랜드야. 휴먼메이드는 니고라는 일본인이 만든 브랜드이고, 그는 현 "겐조"의 아트디렉터, "베이프"를 만들었고 퍼렐 윌리엄스와 "BBC(Billionaire Boys Club)"라는 의류 브랜드도 만든 유명한 디자이너지.
휴먼메이드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니고의 캐릭터,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그래픽 때문이야. 그의 그래픽 스타일은 확고한데 선의 굵기와 선을 마감하는 방식이 눈에 띄지. 색상을 절제하고 그래픽을 단순화시켜서 시각적으로 강하게 느껴지기도 해. 그리고 짧고 강렬한 미국식 영문 타이포그래피로 재미를 더해주기도 해. 난 캐릭터나 로고에 들어가는 선의 굵기에 예민한 편인데 비슷한 부류의 그래픽이라 어떤 감성으로 작업하는지 살짝 느껴지는 거 같아. 혹시나 말하는데 베낀 건 아니야. 내 그래픽 스타일도 꽤나 오래됐거든.
이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눈길을 사로잡지만 의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만든 전적과 일본의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한 전공자라 의류 자체의 퀄리티도 좋아 보여. 멋진 그래픽을 적용시킨 사례는 많지만 의류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픽보다 쓰임새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나는 배울 점이 많은 브랜드야.
사실 나는 휴먼메이드를 따라 하고 싶다기 보단 니고라는 사람을 추적하고 있는 것 같아. 그가 유년시절 좋아하던 장난감, 그의 취미, 그가 옷을 보는 관점 등을 언급한 인터뷰를 보면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착각을 해. 사실인지 아닐지 모르지만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그가 할 수 있는데 나도 비슷하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를 가정하며 조심스레 따라가는 중이야.
아이앱스튜디오의 빈지노, 칼하트윕의 에드윈과 살로메, 크리틱의 이대웅, 숀 스투시, 후지와라 히로시 등 남다른 시각으로 내껄 만들어 성공한 괴짜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이야기가 될지도 몰라.
🎲만들고 싶어.
사람들에게 휴먼메이드 같은 브랜드를 만들 거라고 이야기해. 또는 아이앱스튜디오도 언급하지. 내 그래픽을 잘 보면 의류 인쇄에 아주 적합한데 회사 생활하던 2년 전부터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실크스크린 공방에서 찍어보며 진화시켰어.
지금은 돈이 없어 작은 제품들에 그래픽을 적용시키지만 시작 단계라 생각하고 있지. 내가 원하는 급의 옷을 만들려면 제법 큰돈이 들 거 같아. 지금 만드는 작은 제품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더 좋은 그래픽을 비싼 매체에 잘 적용시키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 이렇게 의류 제작 꿈이 이루어진다면 다음 단계인 유화를 그리기 시작할 거야. 왜 또 갑자기 유화냐고?? 그건 다음에 알려줄게.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