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생각나? 어느 날 갑자기 온 동네에 청송막걸리라는 간판과 주전자 주렁주렁 달린 가게들이 들어섰지. 진짜 가는데 마다 있었어. 봉구비어, 대만카스테라도 갑자기 우후죽순 생긴 게 기억나. 그 당시 어렸던 나는 똑같은 가게가 이렇게 많은데 장사가 될까? 생각했는데 1년 정도 후에 모두 사라졌지.
우리나라는 이런 이상한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나. 한번은 지하철 한 칸에 같은 신발 신은 사람이 10명도 더 있었고 노스페이스가 교복이 된 일도 있었지. 같은 시대에 똑같은 스타일 음악을 하는 힙합가수들도 있었어. 오토튠에 랩이라고 주장해야 랩이 되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단어들로 억지로 맞춘 플로우. 그 똑같은 음악을 멜론차트로 똑같이 듣는 사람들.
성공하려면 좋은 작품, 잘 팔리는 작업을 많이 봐야겠지! 그래서 얼마 전에 일러스트 페어를 다녀왔는데 같은 현상을 발견했어. 모두가 고양이와 강아지, 귀여운 동물 그리고 몽글몽글한 느낌에 그리다 만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부스가 80% 이상이었지. 오우.....그때 나의 반골 시스템이 발동됐어.
🤪갑자기 섹스피스톨즈
섹스피스톨즈라는 밴드를 알아? 난 알고 있었지만, 메탈이나 하드코어 같은 묵직한 음악을 좋아해서 몇 번 들어보고 안 들었던 록 밴드야. 그런데 얼마 전 섹스피스톨즈의 기타리스트였던 스티브 존스의 회고록를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봤어. 재미를 넘어서 정신 나간 밴드였더라. 반골의 끝판왕이었어.
그 당시 영국 사람 모두가 시청하는 생방송 티비쇼에 출연해 최초로 Fuck이라는 단어를 송출시켰어. 심지어 방청객을 희롱하기도 했지. 또 그들의 첫 싱글 타이틀은 엄청 폭력적인데 정부와 기독교를 욕하고 그런 가사와 똑같은 행동들을 무대와 평상시에 보여줬지. 보수적인 세력들은 그들을 찾아가서 실제로 공격했고 섹스피스톨즈는 멋지게 반격해 무대는 난장판이 됐어. 이들의 거친 행보에 평소 불만이 많던 젊은 사람들은 열광했지.
그들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단순한 음악을 반사회적인 거친 가사와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활동했고 그들만큼 미친 매니저의 마케팅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졌지.
(이 매니저는 후에 지난번에 이야기한 "프라그먼트의 후지와라 히로시"를 만나고 뉴욕에서 "스투시의 숀 스투시"도 만난다. 이 매니저의 이름은 말콤 맥라렌, 우리가 아는 명품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사귀기도 했다.)
I wanna destroy the passerby 나는 지나가는 행인을 파괴하고 싶어 Cause I wanna be anarchy 왜냐하면 나는 무정부 상태를 원하니까 No dogs body 난 영국 정부의 개가 되기 싫어 Anarchy for the UK 영국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자
-섹스피스톨즈의 대표곡 Anarchy in the UK 중-
우리는 흔히 펑크를 음악이나 패션의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대의 런던 펑크는 젊은 세대에 반항과 운동이었어. 젊은이들 일어설 수 없는 사회를 비판하고 기성세대를 증오하고 무능력해진 본인들의 상황에 분노했지.
섹스피스톨즈는 한 개의 앨범, 2년의 활동 후 허무하게 사라져 버려. 하지만 그들의 행동, 패션, 음악은 펑크의 근간이 되었고 많은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영향을 받게 되었지.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보고 찾을 수 있다면 "피스톨"이라는 데니 보일의 6부작 드라마를 봐.
난 반골이야. 울트라맨보다 괴수가 더 좋고, 리니지같은 게임 할 때는 항상 반왕세력에서 활동했지. 나이를 먹고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러스트 페어에 가서 반골 스위치가 켜져 버렸어. 일러스트 페어의 참가자 80% 이상이 모두 비슷한 그림으로 활동하고 있었어. 낚시꾼들이 '이 어장은 크릴새우가 잘 먹혀'라고 하듯 모두 같은 미끼로 사람들을 낚고 있는 모습에 조금 화났어. 그리기 쉽고, 깊이 없이, 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작가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어. 이건 나만의 반항이고 운동이야. 펑크지.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의 진짜 작가들을 찾고있지.
그렇다고 그들의 노력과 용기를 무시하는 건 아니야. 본인들의 발전을 위한 조금의 궁금증을 가졌으면 좋겠어. 진짜 나의 색을 찾아가는 법. 그러기 위해 필요한 타이포그래피나 색감, 레이아웃 잡는 법 등 궁금증을 가졌으면 좋겠어. 매일 반복되는 멜론차트 말고 몇 번에 클릭으로 조금씩 깊어지는 너의 차트를 만들어봐. 예술가라면.
🤪갑자기 이벤트!! 언유주얼굿즈페어2023 티켓 배포
다음 달 10월 20일(금) ~ 22일(일)까지 서울 학여울역 세텍(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3104 SETEC)에서 언유주얼굿즈페어2023에 참가해. 혼자이고 처음이라 어설프겠지만 용기 내서 진행해 보려고. 페어에서 참여자 초대권을 나눠줘서 이 메일에 답변 주는 사람들에게 2장씩 나눠주는 이벤트를 게릴라로 진행할게. 지금까지 구독해 준 사람만 줄 꺼고 나머지는 인스타그램에서 나눠주려고. 뭐 사지 않아도 괜찮아. 날씨도 좋은데 바람 쐬러 놀러 와.
아무튼 이번 주도 하찮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무 주관적인 이야기라 사실 너희가 재밌을지는 모르겠어. 의견 주면 조금씩 바꿔볼 게 메일이나 디엠 보내줘!!